지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이어트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몇 년 전부터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증상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겼지요. 우연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추가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하시모토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진단받았습니다. 부작용으로 체중이 증가했습니다. 25년 시간 동안 서서히 증가한 체중에 적응하여 살던 때와 달리 짧은 기간 급격하게 증가한 체중은 여러모로 불편했습니다. 살을 빼야 하지만,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어 격한 운동은 할 수가 없었죠. 무작정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책을 찾아 읽고 공부도 하면서 식단 조절을 시작했지만, 두 번이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동역자들 사이에 다이어트 필요성을 느낀 5명이 의기투합했습니다. 상금도 걸었죠. 격론 끝에 체중이 아닌 체지방 감소를 측정 기준으로 삼고, 각자 목표 감량치도 정했습니다. 보상에 대한 기준도 정밀하게 세웠고요. 단체 톡방을 만들고, 매끼 식사량과 운동량을 공유했습니다. 90일간의 여정을 보냈는데,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소모하면 된다는 단순한 원리를 따랐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지 살 빼기가 아니었습니다. ‘건강하게’ 살 빼기였죠. 5명 중 2명 만이 수치적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식생활이 변화된 것과 운동이 습관화된 것입니다. 부작용도 있는데요. 입던 옷을 모두 못 입게 된 것입니다. 90일의 여정을 마친 후 벌써 또 60일이 지났습니다. 아직 단 한 명도 요요현상이 없고 모두가 건강한 살 빼기에 성공한 듯합니다.
이러한 성공에 주요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요? 역시 첫 번째 요인은 여럿이 함께 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고비를 넘기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음식 절제와 매일 운동에 서로 자극과 격려가 되었죠. 두 번째는 좋은 안내자를 들고 싶습니다. 5명 외에 자원하여 도운 손길이 있었습니다. 먼저 다이어트에 성공한 한 사람이 안내자 역할을 했습니다. 운동법도 가르쳐 주고 음식 섭취에 관한 안내도 해주었어요. 세 번째는 90일이라는 기간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습관의 변화가 필요했는데, 90일은 식생활과 운동이 새로운 습관이 되는데 적절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는데요.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디 아픈 것 아니죠?’였습니다. 건강하려고 다이어트를 했는데, 반응은 정반대였지요. 지금 저는 마른 체형이 아닙니다. 오히려 표준 체중이 되려면 아직도 조금 더 감량을 해야 하죠. 양가 부모님 모두 너무 피곤해 보인다, 혹은 늙어 보인다며 조금만 살을 찌우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좀 통통해야 건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저에겐 지금의 몸이 가볍고 활력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12일은 TWR 북방선교방송이 창립한지 25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화상으로 적은 인원이 함께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창립을 주도하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사로 섬기시는 목사님께서 ‘부르신 소명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으로 짧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처음 부르신 소명을 따라 충실하게 하나님의 도구가 된 것을 감사합니다. TWR 북방선교방송은 25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방송시간도 늘었고, 사역자도 늘었으며, 청취자도 늘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4주간 방역을 위해 재택근무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했는데, 회의실 창틀에는 어느새 거미줄이 쳐졌습니다. 잠시만 방심하면 군더더기가 생깁니다. 이제 2021년을 준비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다른 때보다 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병든 곳은 없는지 살피고, 필요하다면 다이어트도 해야합니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어쩌면 90일간의 TWR 사역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동역자들과 안내자들이 있습니다.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정밀하게 계획하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장애물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고 사역자는 그 일을 하라고 부르신 것입니다. 건강한 사역을 위해서 오늘도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다시 중심을 잡습니다.
2020년 10월 15일
성훈경 대표(TWR Korea 북방선교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