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북한선교 사역자입니다.”
저는 요즘 저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1994년부터 미디어 사역을 하는 엔지니어 선교사 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8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자랄 때부터 ‘멸공’, ‘반공’, ‘때려잡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 등의 구호를 들었고, 대학교에서도 군사훈련을 필수로 받아야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에 참가한 한 선교 단체의 여름수련회에서였습니다. 수련회가 진행되는 며칠 동안 삶의 방향을 고민했고, 마지막 날 북한에 복음을 전할(북한선교) 사람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했던 것입니다. 마음을 정하고 나서도 준비에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서야 TWR에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의 아직 어린 기술 사역자가 생각하는 ‘북한선교’는 그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것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시 ‘북한선교’를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 한 단체가 개최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통일과 북한선교를 하는 단체가 다수 참여하였고, 저는 제가 사역하는 TWR의 사역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TWR 북방선교방송은 단파라디오 방송으로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미디어 방송 선교 단체로써 북한선교를 수행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저의 발표가 끝나고 사회자가 나왔는데, “네, 성훈경 목사님, 통일선교에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20여 분간 TWR이라는 단체의 핵심은 ‘북한에 복음을 전한다’에 있다고 강조에 강조를 하였는데, 사회자의 말 한마디에 그것이 ‘통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사회자에게 물어보았으나 정작 본인이 어떻게 말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선교와 통일선교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거나 의미상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북한선교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저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거나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2022년부터 저를 소개할 때 ‘나는 북한선교 사역자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통일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 삶의 사명으로 삼을 만큼 통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 압제 시대에 나라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숭고한 삶이 어찌 귀하지 않겠습니까? 통일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가 통일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저는 통일보다는 북한선교에 더 많은 관심과 열심이 있는 사역자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저는 통일과 무관하게 북한선교를 수행하는 사역자입니다. 무관하다는 말은 통일이 어떤 행정체제로 되든지, 오늘 되든지, 5년 후, 10년 후에 되든지, 혹은 제가 생을 마칠 때까지 통일이 되지 않든지 그것과 관계없이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북한선교를 수행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저의 정직한 마음과 저의 정체성입니다. 저는 북한선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여 사용합니다.
북한선교에서 북한은 지리적으로 북한 영토를 의미하며 동시에 선교의 대상 지역이 됩니다 . 또한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 북한에서 출생하여 성장한 사람과 그 후손을 의미합니다. 북한 주민, 탈북자, 탈북민 그리고 그들의 후손을 모두 포함하여 대상으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선교는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여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체의 사역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구원받은 하나님 백성의 영적 성장을 돕는 일도 포함됩니다. 선교에는 언제나 대상이 있습니다. 그 대상을 분명히 할수록 사역의 방향을 더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선교는 다시 북한 내지 선교, 해외 탈북자 선교, 국내 탈북민 선교, 탈북민 자녀 선교 등으로 세분화해 접근할 수 있겠습니다.
통일 사역하시는 분들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통일을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곁에 북한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바로 통일입니다. 통일은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반도가 둘로 나뉜 그 순간부터 북한선교를 시작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잠시도 북한선교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 저를 북한선교의 일꾼으로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7월 21일
성훈경 대표(TWR Korea 북방선교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