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그리고 신앙”

내 방 냉난방기의 온도는 27도에 맞춰져 있다.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변함없이 27도. 하지만 계절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다. 겨울의 27도는 눈이 감길 정도로 포근하다. 두툼한 이불로 감싸 안으며 손발을 따뜻하게 녹이는 듯한 온기다. 반면, 여름의 27도는 다르다. 후덥지근한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지만 금세 한기가 돌고 몸이 오싹해진다. 같은 27도라도 내가 서 있는 환경과 상태에 따라 그 온도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신앙도 그렇지 않을까.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동일하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마음이 뜨거울 때는 예배가 감동적이고 말씀이 깊이 새겨지며 기도가 달다. 그러나 신앙이 식으면 같은 찬양을 불러도 공허하고 말씀도 건조하게 느껴진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언제나 같은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태도와 상태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 하나님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멀어진 것이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겨울에 난방을 냉방으로 바꾸면 얼마나 추울지 실험해 봤다. 처음에는 견딜 만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에 닿는 공기가 차가워지고 결국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신앙도 그렇다. 처음에는 간절한 예배의 온도가 조금 덜 뜨거워지는 정도로 시작된다. 기도가 짧아지고 말씀이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되면 어느새 신앙은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리고 다시 뜨거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단어가 있다. 바로 ‘북한선교’다.

한때 가슴을 뜨겁게 만들던 그 단어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변치 않고 동일한데, 우리가 변했다. 이미 할 만큼 했다고 여기고 북한선교보다 ‘더 쉬운 길’을 찾고자 한다. 마치 한겨울에 에어컨을 틀고도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그러나 북한은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우리가 익숙해지는 동안 그곳은 더욱 얼어붙었다. 복음의 온기는 아직도 제대로 닿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사이에 북한은 여전히 영적 겨울 속에 갇혀 있다.

영혼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 속에서 변화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곳,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고 복음의 온기는 스며들 틈 없이 차단된 곳, 북한.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 땅을 향한 사랑을 거두신 적이 없는 것처럼 우리도 마음이 식어서는 안 된다. 익숙함 속에서 신앙이 무뎌지고 선교의 열정이 식어갈 때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온도를 점검해야 한다.

27도라는 온도처럼 하나님은 변함이 없지만 내가 하나님을 느끼는 방식이 변한다. 환경과 감정에 따라 신앙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늘 동일하신 하나님 앞에서 내 신앙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온도는 지금 몇 도인가? 포근한 겨울의 27도인가, 아니면 차가운 여름의 27도인가?

2025년 2월 13일
이김 대표(TWR Korea 북방선교방송)